포스코그룹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선정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의 외삼촌이 국군 귀환 용사 고(故) 조창호 중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 중위는 6·25전쟁 당시 중공군의 포로로 북한에 끌려갔다가 43년간 강제 노역에 동원되는 등 고초를 겪은 뒤 1994년 목선을 타고 귀환했다. 당시 얻은 지병 탓에 한국으로 온 지 12년 만인 2006년 별세했다.
재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전용사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만큼 장 후보자가 현재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달리 현 정부와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6.25 당시 국군 소위로 복무하던 중 포로로 붙잡혀 북한에 억류됐다가 귀환한 조창호 중위가 1994년 11월 26일 전역식에서 전역 신고를 하고 있다./조선DB
25일 재계에 따르면 조 중위는 장 후보자의 어머니 조창숙 씨의 동생이다. 경기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50년 연희대(현 연세대) 교육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육군에 입대해 육군 포병 소위로 참전했다. 1951년 5월 강원도 인제군 매봉·한서간 전투에서 중공군에 포로로 붙잡힌 뒤 북한으로 끌려갔고 북한에서 국군 포로 신분으로 43년간 고초를 겪었다.
조 중위의 가족 상봉 과정은 2004년 ‘살아 돌아온 망자(亡者) 조창호’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다. 조 중위는 이미 전사자로 분류돼 있었다. 조 중위는 아오지 탄광 등에서 노역을 하다 규폐증을 얻었고 증세가 심해져 압록강변 산간 마을로 보내졌다. 현지에서 조창숙 씨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40여년 만에 생존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조 중위는 남으로 귀환을 결심하고 목선을 타고 북한을 탈출해 해상에서 표류하다가 1994년 10월 23일 새벽 대한민국 수산청 어업지도선에 구출됐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후보자./뉴스1
재계에서는 이런 장 후보자의 가족 이력이 최종 인선 과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참전 유공자와 보훈 가족 190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당시 참전 유공자를 예우하기 위해 새롭게 만든 ‘영웅 제복’을 직접 전달하고 태극기 배지를 달아줬다.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온 장 후보자는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진 전 외교부 장관과 동문이다. 최정우 회장은 윤석열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지만, 장 후보자는 다를 것으로 보는 이유다.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장 후보자를 반대하기보다는 ‘인선 절차에 대한 개선’만 요구할 것으로 전해진다.
장 후보자의 집안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 후보자의 고모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다. 장 회장의 모친 조창숙 씨의 이모부는 독립운동가 고(故) 최능진 씨이고, 최능진 씨의 장남은 고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참전 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각별히 생각한다. 장 후보자도 포스코에서 주요 보직을 지낸 만큼 무난히 주주총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