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12월 4일) '올빼미'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소문에 보려고 갔다가
영등포 롯데 백화점 건물이 잠깐 정전이 되는 바람에 영화 도중 필름이 끊기는 사건이 있었다.
당연히 환불 조치는 이루어졌고, 6개월 이내에 롯데 시네마 어느 곳이든 볼 수 있는 무료 티켓을 줬었다.
그래서 금요일이었던 12월 9일에 다시 영등포 롯데 시네마에 가서 < 올빼미 >를 봤다.
올빼미
관람일 : 2022년 12월 9일 오후 1시 25분
세자가 죽었다,
유일한 목격자는 맹인 침술사.
이 한 줄로 미스터리했던 소현세자의 죽음에 관한 궁중 이야기가 상상의 나래를 펴고 펼쳐진다.
이 영화는 인조의 장남 소현 세자의 죽음을 다룬 영화이다.
청나라에 볼모로 갔다가 8년 만에 돌아온 소현세자가 얼마 후 사망을 하는데
"소현 세자가 마치 중독되어 죽은 사람 같았다"라는 인조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픽션 영화라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맹인 침술사 경수 ( 류준열 분)
아픈 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경수는 빛이 있는 낮에는 보이지 않고
빛이 없는 밤에는 흐릿하게 보이는 맹인 침술사이다.
어느 날 궁에서 침술사를 뽑으려고 나온 어의 이형익 앞에서
제대로 풍을 맞은 남자를 치료해 내의원에 들어가게 된다.
내의원에 들어가 돈을 받아 동생을 살릴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하는 경수는
내의원의 텃세에도 꿋꿋하게 버티며 나름 잘 적응해가고 있었다.
소현세자 (김성철 분)
어느 날 청나라에 인질 볼모로 잡혀갔던 소현 세자가 8년 만에 귀국해서 돌아온다.
아픈 병색이 완연한 세자를 반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볼모로 가 있던 청나라에서 신문물을 접한 세자는
조선도 이제는 청나라의 문물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인조 (유해진 분)
하지만 인조는 세자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미 망한 명나라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 세자와 번번이 의견 충돌을 일으켰다.
청을 등에 업은 세자가 못마땅한 인조는 늘 불안했다.
결국 어의 이형익에게 은밀하게 밀지를 내려 세자를 독살한다.
어의 이형익 (최무성 분)
어느 날 세자가 이상하다는 상궁의 전달을 받고 이형익과 함께 세자 처소에 들어간 경수는
학질이라는 병명으로 상궁들에게 약을 지어 오라고 내보낸 후
어의가 독침으로 세자를 죽이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놀란 경수는 여전히 못 보는 척했지만 진정할 수가 없었다.
원손과 같은 나이의 아픈 동생이 있다는 말에 세자는 경수의 상태를 눈감아 주고
오히려 동생에게 쓴 편지를 보고 청에서 가져온 확대경을 선물로 주며 격려했던 분이다.
그런 세자가 어의에 의해 독살당한 것이다.
모든 구멍에서 피가 쏟아지는 것을 목격하고 되돌아갔다가
어떻게든 세자를 살리려고 다시 돌아가 보지만 이미 세자는 저세상 사람이었다.
다만 정수리에서 뽑지 못한 독침 하나를 발견하고 빼서 달아나다가 무릎에 상처를 입는다.
달아나는 뒷모습을 본 이형익은 달아난 사람이 독살했다고 누명을 씌우며 수색한다.
궁궐은 무릎에 상처를 입은 사내를 찾느라 아수라장이다.
떨리는 가슴을 안고 경수는 편지를 써서 독침과 함께 강빈의 처소에 간다.
소현 세자의 부인 강빈 (조윤서 분)
믿지 못하는 강빈에게 자신의 처지를 이미 알고 있던 소현 세자로부터 받은
확대경을 보여주며 어의가 독살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강빈은 경수에게 꼼짝 말고 있으라고 말한 후 왕에게 알리겠다며 인조를 찾는다.
마침 인조가 구안와사가 심해져 어의는 경수를 찾아 임금을 뵈러 간다.
경수는 떨리는 손으로 임금에게 침을 놓고 있었다.
강빈의 이야기를 들은 인조는 독살하나 제대로 일 처리하지 못했다며 어의에게 역정을 내면서
그 방에 있던 기미 상궁을 독살해 죽이고 강빈을 감옥에 가둔다.
강빈은 인조가 세자를 죽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울분한다.
그러면서 원손에게 침술사 경수와 함께 영의정 최대감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라고 한다.
영의정 최대감 (조성하 분)
영의정은 정확한 증좌가 없어 임금을 칠 수 없다고 한다.
가끔 후궁 소용 조 씨가 어의에게 건네던 비단에 쌓인 물건을 어렴풋이 봤던 경수는
그것이 밀지였다는 것을 깨닫고 증좌를 찾아 최대감에게 건네는데
임금의 필체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자 원손이 할아버지의 필체가 맞다고 말한다.
임금이 직접 쓴 왼손으로 쓴 필체가 있어야 빼도 박도 못한 증거로 임금을 용상에서 내릴 수 있다는 말에
경수는 자기가 임금의 오른손을 마비시켜 왼손으로 글을 쓰게 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받아낸 임금의 왼손 필체.....
어렵게 뺏어서 달아나 최대감에게 넘기는데......
영화는 소현 세자가 죽던 밤과 동이 트는 새벽 사이에 일어난 긴박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보는 내내 손에서 땀이 나고 목을 한껏 긴장해서 봤더니 영화 끝나고 나올 때는 뒷목이 당겼다.
조선 16대 왕인 인조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의심 많고 질투 강한 왕으로 기억될 것 같다.
영화 인생 동안 처음으로 왕 역을 맡았다는 유해진 배우의 열연이 돋보였다.
의심과 광기에 쌓여 있던 표정 연기가 압권이었다.
소현 세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독살과 병(학질)에 대한 두 가지 의견으로 분분했는데
실록에 실린 한 줄의 글을 바탕으로 이런 이야기를 상상해낸 시나리오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형익은 그 후로도 계속 어의로 있었다고 하니 왕에 의한 명령으로 세자를 독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강빈과 그녀의 친척들은 모두 제거되고 원손도 유배되어 쓸쓸하게 죽었다고 하니
이보다 매정한 아버지도 없을 것이다.
음.... 그런데 이 영화의 반전이 마지막까지 있었으니.....
참, 나.... 절묘하다.
믿거나 말거나 인조의 죽음이 과연 학질이었을까?
사극 영화는 남편이 좋아해 가끔 보긴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내 취향은 아닌데
이번 < 올빼미 >는 확실히 재밌고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롯데 시네마의 정전으로 무료 티켓을 받아 공짜로 본 영화였음.
우스갯소리로 남편이 영화를 자~~알 보고 나오면서 또 정전이 되어서
무료 티켓 받아 '아바타'를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음.ㅋㅋㅋ
여하튼 이래저래 잘 봤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