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리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후기_하고 싶은 말이 참 많지만.

728x90

영화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 산토키 소마, 스다 마사키, 시바사키 코우 外

관람일 : 2023년 10월 25일 (2023-98)

개봉일 : 2023년 10월 25일

시놉시스 :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11살 소년 ‘마히토’는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으로 간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던 ‘마히토’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왜가리 한 마리가 나타나고, 저택에서 일하는 일곱 할멈으로부터 왜가리가 살고 있는 탑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히토’는 사라져버린 새엄마 ‘나츠코’를 찾기 위해 탑으로 들어가고, 왜가리가 안내하는 대로 이세계(異世界)의 문을 통과하는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리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개봉 당일 돌비 시네마에서 관람하고 왔습니다. 언론 배급 시사까지 생략하며 그야말로 꽁꽁 영화를 숨기는 마케팅 전략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작품인데요. 영화 보고 나니 그렇게나 꽁꽁 숨긴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우선 지브리 사상 최고 영화 애니메이션 제작비가 들어갔다는 이야기처럼 그림의 활력이 넘칩니다. 뭐랄까 시종일관 작화가 멈춰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인다고 이야기하면 될까요? 그도 그럴 것이 꽤 긴 제작 기간을 들고서 개봉일을 정하지 않고 작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장인 정신이 만들어낸 역작이란 역대급 평가를 받을만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다만 스토리 자체가 굉장히 난해 합니다. 제목부터가 철학적인 느낌이 드는데 스토리 자체도 어떤 오락적 요소를 거의 배제한 느낌의 작품이며, 영화의 시대적 배경부터 '이세계'라는 시공간을 넘어서며 만나는 이야기들 자체도 상상력의 극치라고 하기엔 뭔가 중구난방 같은 느낌이에요. 왜가리 '아오사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솔직히 앵무대왕은 또 뭔지 참. 일본에서 다루는 영적이거나 귀한 짐승 혹은 새들이 있을 텐데 뭐 그런 의미를 가진 것들을 영화 소재로 끌고 왔을 것 같단 저의 뇌피셜로 보고 있습니다만 스토리 자체가 딱히 막 정리되지 않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거기에 철학적인 제목처럼 영화 끝에 뭔가 내게 남는 어떤 묵직한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보았지만 그런 메시지 자체도 크게 도드라지지 않고 평이한 느낌이네요.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실제 마히토가 가진 배경들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유년 시절과 꽤 닮아 있다고 하네요. 다만 영화적 시대적 배경과 스토리 자체가 가진 마히토의 아버지와 처제와의 결혼과 같은 설정이 우리나라와 정서적으로 이질감이 드는 부분도 있고요. 그간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을 떠올려봐도 오락적인 부분에서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

남는 건 모험을 펼치는 주인공 '마히토'의 인물이 제법이구나 정도. 그리고 부디 그런 시대를 자라온 인물이지만 세계 평화를 위해 두루 돌아볼 줄 아는 어른이 되길 하는 바람이 컸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였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이세계

마히토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엄마 히사코를 잃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히사코는 폭격이 떨어진 병원 화마에 휩쓸려 죽게 되는데요. 그렇게 전쟁 통에 마히토의 아버지 쇼이치는 도쿄를 떠나 지방으로 하방을 합니다. 말이 하방이지 군수물자를 대는 쇼이치는 전쟁통에 사업이 번창하여 공장을 지방에 설립하게 된 건데요. 여기에 하방한 시골은 바로 히사코의 고향. 그리고 마히토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자신의 새엄마 나츠코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말이죠. 나츠코는 히사코의 친동생으로 쇼이치는 처제를 부인으로 두는 건데요. 마히토에게 더욱이 충격이었던 것은 엄마를 꼭 닮은 생김새뿐만 아니라 이미 나츠코의 뱃속에 자신의 동생이 있다는 것?!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새엄마를 받아들이기도 어려운데 동생이 생긴다는 사실까지. 다부져 보이는 마히토라지만 아직 어린 소년. 그저 엄마가 보고 싶어 눈물을 몰래 훔치는 이 소년 어떻게 할까요? 다 부질없고 화가 납니다. 학교를 갔지만 도쿄에서 온 자신을 희롱하거나 우습게 보는 친구들과 싸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학교를 가기 싫은 마음이었을까? 길바닥에 떨어진 돌을 들어 제 머리통에 휘갈기는 마히토. 새엄마 나츠코는 오자마자 사고를 당하고 크게 다친 마히토를 보고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고, 아빠는 누가 그랬는지 화를 내며 난리를 쳤지만. 고열을 앓다가 자신이 온 날부터 자신 곁을 떠나지 않는 말 하는 왜가리 녀석의 존재를 알아채고 마히토는 뭔가 이곳에 특별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을 하나 봐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사라진 나츠코. 숲속으로 들어가던 모습을 언뜻 본 마히토는 하녀 할머니 중 키리코와 함께 어둑해진 숲길로 나츠코를 찾기 위해 들어가게 되는데요. 이건 미야자키 하야오의 다른 작품과 닮은 기시감. 맞아요. 마침내 마히토는 '이세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그곳은 왜가리 아오사기의 안내를 시작으로 다양한 모험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특히나 큰 할아버지와의 만남과 히미의 만남은 뭔가 대를 중시하는 일본 문화가 떠올랐고 또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선조'라는 단어가 전하는 신뢰감 때문에 분명 이들이 마히토에게 길을 제시할 것이란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마히토가 들어선 '이세계'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더라고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자신만의 성을 쌓는다는 것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자면 이건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야기이자 지브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란 생각을 했어요. 사실 지브리라는 스튜디오는 어쩌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든 것이라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적어도 일본이라는 나라 안 내국인들은 다르게 평가하고 볼지 모르지만 바깥 세계의 사람들에겐 지브리 =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있는 거잖아요. 그만큼 그가 차지하는 지분이 엄청나다는 건데 내놓는 작품이 망할 때마다 위기를 이야기하고 은퇴 이후의 삶을 꿈꾸는 미야자키 하야오를 불러냅니다. 이번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역시도 그런 비유가 영화에 모두 담겨 있다는 느낌이거든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물론 다른 이야기들로 분산시켜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하지만 이뤄놓은 '이세계'는 지브리 스튜디오처럼 보이거든요. 그리고 마히토는 미야자키 하야오도 될 수 있지만, 지브리를 잇는 수많은 사람들, 자산들이 될 수도 있는 거죠. 부딪히고, 흔들리고, 넘어지고 또 실패하기도 하겠지만 지브리라는 이름의 신뢰를 바탕 삼아 스스로의 단단한 성을 쌓아 올리라는듯한 느낌이 꽤 들었거든요. 참 다양한 이야기들을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작품에 담아내려 노력했구나 싶어 박수를 보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또 그런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가 너무 하나로 모이는 몰입감을 방해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해서 아쉽기도 하고요. 다행히 은퇴작으로 거론됐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하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어찌 됐던 벼락이 치고, 파도가 일렁거리고, 거센 바람에 휘청거린다고 해도 결국 배를 올곧게 이끌 키를 쥐고 있는 건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면 되는 거 같아요. 인생에서도 참 다양한 일들이, 예상치 못했던 사고들이 우리는 때리고 휩쓸고 지나가죠. 때론 그로기가 될 때도 있어요.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고. 그런데 살아봐야죠. 또 어떤 방향으로 내 인생이 흘러갈지 모르니, 나만의 단단한 성을 쌓아 올리기 위해 나아가 봐야죠. 아쉽다 아쉽단 이야기했지만 그럼에도 꽤 여러 생각들을 할 수 있었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였습니다. 쿠키 영상은 없고요. 호불호가 있다고 해도 직접 가셔서 보고 판단하시는 게 현명한 답이란 생각이 드네요. 주말 극장 가셔서 영화 한편 어떠실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