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슬픔의 삼각형
감독 : 루벤 외스틀룬드
출연 : 해리스 딕킨슨, 우디 해럴슨, 찰비 딘 크릭, 돌리 드 레옹 外
관람일 : 2023년 5월 17일 (2023-49)
개봉일 : 2023년 5월 17일
시놉시스 : 호화 크루즈에 # 협찬 으로 승선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 각양각색의 부자들과 휴가를 즐기던 사이, 뜻밖의 사건으로 배가 전복되고 8명만이 간신히 무인도에 도착한다. 할 줄 아는 거라곤 구조 대기뿐인 사람들… 이때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여기선 내가 캡틴입니다. 자, 내가 누구라고요?”
영화 <슬픔의 삼각형> 리뷰
너무 신났던 게 메가박스가 이번 주 오리지널 티켓을 자사 배급 외화인 <슬픔의 삼각형>으로 선택을 하면서 4DX로 편히 분노의 질주를 볼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지난주 발등이 터지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한 시사의 한을 오티와 더불어 개봉 첫날 조조로 느긋하게 영화 <슬픔의 삼각형>을 즐길 수가 있었네요. 저는 작년 개봉한 예술 영화들 중에서 유독 독특하고 유니크한 제목의 영화가 많아서 유심히 그 뜻을 찾아봤던 작품이 있는데요. '이니셰린의 밴시'라던가 '슬픔의 삼각형' 같은 작품들인데 이 영화 'Triangle of Sadness'는 영화 초반에도 등장하는데 미용에서 쓰는 단어로 미간을 찌푸리면 보이는 삼각형의 주름을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독특한 제목처럼 이 영화 관람 전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은 147분? 음! 러닝타임이 길구나였습니다. 그런데 러닝타임이고 뭐고 볼 것도 없이 영화 보면서 느낀 건 이런 게 진짜 블랙 코미디지라는 거였어요. 그만큼 지루한 줄 모르고 낄낄낄 거리다가 또 제대로 빵 터지다가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기분을 만끽하며 러닝타임을 지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생각은 작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저는 이런 시상식 최고 작품상들에 대한 알러지가 있는 편입니다. 워낙 일차원적인 관객이기에 뭔가 막 가리고 꽁꽁 숨기고 해석해야 하고, 세태를 뒤틀고 풍자하는 그런 영화 정말 어렵게 여기는 사람인지라.
그런데 이 작품은 굉장히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물론 감독의 숨은 의도들도 있겠죠. 그런 의도들 파악하려 애쓰지 말고 노골적인 메시지들만 봐도 충분히 이 영화를 재미있게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내가 참 좋아하는 해리스 딕킨스가 나오는구나! 였는데요. 역시나 균형적이고 공평하고 싶어 하지만 결국엔 가장 지질하고 가장 약자의 입장이었던 '칼'을 해리스 딕킨스 말고 누가 이토록 잘 그려낼까 싶었네요. 모쪼록 영화는 3장으로 이루어졌으며 야야 & 칼 / 요트 / 섬으로 이어지며 황금만능주의 시대를 전복시키는 3번째 챕터를 보고 있자니 웃다가 울다가 씁쓸한 기분을 안고 극장을 나서게 되는 묘한 작품이었습니다.
# 돈 앞에서 우리는 모두가 노예
실로 영화 <슬픔의 삼각형>을 보고 있으면 기이한 생각이 들어요. 엄청난 부를 가지고 크루즈를 탄 사람들도 결국 부를 과시하지만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정해진 룰을 피한 꼼수를 부리고 조세 피난처를 가곤 합니다. 결국 가지고 있지만 가지고 있는 것들을 지키기 위한 노예가 되고요. 인플루언서이자 모델로 활동하는 이 영화의 주인공 칼(해리스 딕킨스)과 야야(찰비 딘 크릭)는 젊음을 가장 큰 무기로 삼고 있으며 크루즈에 탈 능력이 되지 않지만 홍보의 수단으로 협찬을 받고 크루즈에 승선한 인물로 결국 협찬이라는 달큰한 제안에 덥석 올라탄 자본의 노예입니다.
그리고 더 말할 것도 없이 크루즈에 일하는 크루즈를 움직이는 선장에서부터 말단 직원까지 모두가 그 크루즈에 오른 부를 가진 이들이 여유롭게 즐기고 난 후 지급될 수당의 노예이고요. 그런 점에서 계급이 나눠진 크루즈 안을 보면 결국 돈으로 처바른 세상이구나 하는 묘한 피로감과 탄식을 뱉게 돼요. 특히나 이 영화 속에서 가진 자들이 크루즈를 움직이는 직원들에 부리는 횡포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거든요. 비싼 샴페인과 롤렉스, 황금으로 치장한 악세사리가 아름답지 못했고 그저 토악질 나고 신물이 올라오는 느낌의 허영으로 부풀어 오른 살가죽들만 보이거든요.
그런데 영화는 슬슬 본색을 드러냅니다. 아니 노골적으로 전복되는 세계를 보여주겠다 선전포고를 합니다. 배를 흔들리고 부풀어 오른 살가죽을 비집고 들이키는 와인과 샴페인 그리고 고급진 요리는 전복되는 크루즈 위를 요동치며 한바탕 토악질의 쇼를 보여주는데요. 와 진짜 이거 볼거리가 해도 해도 너무한데? 싶을 쨍함을 선사하네요. 눈물 나도록 웃었습니다. 자연 앞에 결국 인간은 아주 작은 점이란 건가? 싶었는데. 파도는 잠잠해졌고 평온을 되찾는듯했지만 의외의 한방이 3번째 챕터인 섬으로 영화를 안내합니다.
* 그리고 뒤바뀐 삼각형
마치 영화 <슬픔의 삼각형>은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연상이 되었습니다. 부로 나뉘던 크루즈 위의 사람들, 하지만 배는 침몰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외딴섬으로 가까스로 모였습니다. 하지만 부릴 줄만 알았던 이들은 불을 피우는 법에서부터 요리를 하는 법 그리고 식재료를 구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였습니다. 이제 크루즈의 화장실을 담당하던 말단 계급의 애비게일(돌리 데 레온)은 섬에서 새로운 왕이 됩니다. 못마땅하더라도 어떡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녀에게 빌붙을 수밖에, 그녀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알랑거릴 수밖에. 그런데 그 광경을 지켜보는 제 마음이 그렇게 통쾌하지만은 않아요. 뭐랄까 굉장히 씁쓸하고 기분이 참 더럽다고 해야 하나.
특히나 아야와 칼의 관계를 지켜보면서 더욱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인상이에요. 오프닝에서 남녀의 데이트 비용에 관해서 반반을 외치고 평등을 주장하던 칼은 이내 섬으로 전복이 되고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가장 큰 무기를 들어 지질한 사랑팔이 놀음을 하니까요. 샷다맨이랑 다를 게 뭐가 있나 싶기도 하고. 좀 더 다르게 무엇인가를 지켜보려 노력한다거나 그 무기를 들어 섬을 좀 더 활보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어찌 됐든 해리스 딕킨스의 연기 하나는 참 어리로 튈지 모를 행보를 보인다고 이야기하고 싶고 장르 가리지 않는 그의 필모를 응원하게 만듭니다.
끝으로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또 다른 한 축이었던 아야를 연기한 찰비 딘 크릭이 2022년 8월 패혈증으로 사망하며 그녀의 유작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영화 후기 쓰면서 이 사실을 알고 저 지금 꽤 놀란 상태. 그리고 슬픈 상태입니다. 부디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행복하기를 기도합니다. 이상으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영화 <슬픔의 삼각형>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이번 주말 극장 가셔서 이 영화 한편 챙겨보시는 거 어떠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