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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해피 투게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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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해피 투게더

감독 : 왕가위

출연 : 장국영, 양조위, 장첸

관람일 : 2023년 3월 30일 (2023-38)

개봉일 : 1998년 8월 22일 / 2023년 3월 22일 (재개봉)

시놉시스 : 홍콩을 떠나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온 ‘보영’과 ‘아휘’ 이과수 폭포를 찾아가던 중 두 사람은 사소한 다툼 끝에 이별하고 각자의 길을 떠난다. 얼마 후 상처투성이로 ‘아휘’의 앞에 다시 나타난 ‘보영’은 무작정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서로를 위로하며 점차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 하지만 ‘보영’의 변심이 두려운 ‘아휘’와 ‘아휘’의 구속이 견디기 힘든 ‘보영’은 또다시 서로의 마음에 상처 내는 말을 내뱉은 뒤 헤어지는데...

 
해피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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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피 투게더> 리뷰

거짓말처럼 아스라이 우리 곁을 떠난 장국영 20주기를 기념해 메가박스에서 재개봉한 영화 <해피 투게더>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사실 오리지널 티켓 굿즈 행사라 꼭 가지고 싶어 마음이 바빴달까요. 혹여나 첫 상영 시간에 맞춰 갔는데 이미 티켓이 다 소진되었다고 이야기할까 봐서. 다행히도 봄을 향한 인사처럼 흐드러지게 핀 목련과 벚꽃을 배경으로 영화 오리지널 티켓 인증샷을 남겨둘 수가 있었네요. 이 작품 꽤 많이 봤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볼 때마다 마음이 아린 건 어쩔 수 없고, 엔딩의 테마에 마음이 설레는 것도 어쩔 수가 없네요. 자 그럼 못다 했던 '장'을 향한 러브 레터로 <해피 투게더> 리뷰는 대신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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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언제 한 번은 꼭 '장'(장첸) 당신에게도 내 마음을 남기고 싶단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오늘이 되었네요. 내가 나이가 들어 점점 더 어른이 되어갈 때 아니 사랑에 대한 마음이 지극히 똑같은 레퍼토리 같다는 생각이 들 즈음까지도 영화 '해피 투게더'는 나에게 온통 아휘(양조위)와 보영(장국영)의 이야기였어요. 끊어내려 해도 끊어내지 못한 아휘와 자유롭고 싶었지만 결국 돌아갈 곳은 아휘뿐이었던 보영의 이야기 말이에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돌려보는 리플레이에 어느 순간 불쑥 당신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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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시작하자' 어쩌면 이 말은 아휘에겐 파블로프의 개가 아니었을까? 이젠 정말 지긋지긋하기에 끝을 내고야 말겠다 다짐해도 그가 다시 나타나 그 말을 내뱉는 순간이 오면 어느새 그를 다시금 안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처음 당신이 아휘를 만났을 때 귓가에 들리던 아휘와 보영의 통화만으로 아휘는 행복에 젖어 있다 느꼈어요. 분명 사랑하는 사람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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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이과수 폭포를 보러 가다 헤어지고 차마 홍콩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아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탱고바의 호객꾼으로 취업을 해요. 탐탁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그리고 언젠간 보영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런데 그 시간은 꽤 길지 않았죠. 보영은 어느 순간 훅 하고 들어와 아휘를 무기력하게 만들 '우리 다시 시작하자, 같이 있어줘'라는 말을 뱉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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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칠갑에 두 손은 쓸 수도 없이 큰 상처를 입었고, 그러니까 이번엔 받아줘야지 그렇게 아휘는 또다시 자기 최면으로 보영을 받아들이죠. 둘이 함께 있으면 행복하니까. 마음이 너무나 꽉 차니까, 보고만 있어도 참 좋은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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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어요. 장이 아휘의 목소리에 사랑하고 있구나를 느꼈던 것은. 아휘는 보영의 존재만으로도 마음이 꽉 차있었으니까요. 당신에게 보이는 호의가 참 고맙고 그리고 언제나 우직해 보이는 아휘의 존재가 당신에게도 특별했나 봐요? 문득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그 통화의 주인공이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잠깐 아휘가 수화기를 놓고 딴 볼일을 보는 사이 그의 수화기를 가로채봤고 너머엔 사랑하는 사람 보영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가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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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휘는 보영에겐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곳이었어요. 얄밉고 이기적여 보이더라도 보영에겐 아휘가 집이었거든요. 바닥끝에 떨어진다고 해도 언제나 아휘는 내 편으로 나를 찾아올 거라는 확신. 이번에도 그랬어요. 바닥까지 떨어진 자신을 묵묵히 받아주는 아휘. 그런 아휘가 고맙고 믿음직하지만 점차 컨디션이 회복될수록 아휘의 우직한 성격은 보영을 못 견디게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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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게 부딪히죠. 아휘를 사랑하지만 그의 사랑이 너무 고리타분하다 여기는 보영. 고리타분함을 알지만 그런 살아온 세월을 단번에 바꿀 수도 없고 그래서 보영이 떠날까 봐 두려운 아휘. 보영의 다친 손이 나아갈수록 아휘는 점점 불안해집니다. 그냥 영원히 보영의 손이 낫지 않았다면 하는 고약한 마음도 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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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당신 눈에 아휘가 일상적인 패턴을 벗어나는 게 보이죠. 당신은 섬세했고 아휘를 눈여겨봤으니까. 아마도 이별했다 짐작을 했을 거예요. 그렇게 당신은 아휘에게 술 한 잔을 제안하죠. 시답잖지만 그런 아휘와의 시간이 좋았을 수도 있고 몰랐던 아휘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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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휘는 점점 위축되었고 슬퍼 보였고 나락의 끝에 서있었어요. 아슬아슬하게. 분명 보영이 다시 자신을 찾아올 거란 생각을 했지만 이번만은 절대 그런 보영을 받아들이기 싫었을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이 바로 당신 '장'때문에 들었거든요. 그게 당신이든 다른 누가 됐든 말이죠. 당신이 여행을 할 자금을 다 모으고 지구의 땅 끝 도시로 갈 때, 그리고 거기 빨간 등대 아래 아휘의 슬픔을 묻어두고 온다고 그랬을 때, 북적이고 시끄럽고 탱고 춤이 벌어지던 그곳에서 녹음기를 들고 눈물을 흘리던 아휘의 모습이 참 오래도록 잊히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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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당신은 그래서 그 땅 끝에서 어떤 다짐과 어떤 이야기를 들고 집으로 돌아갔나요? 홍콩으로 떠난 아휘와 대만으로 돌아간 당신. 다들 두 사람은 다시 만나 행복한 사랑을 나눴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말들을 해요. 진짜 그랬나요? 어쩌면 고향에서 가족을 등지고 먼 타국 여행을 훌쩍 떠난 당신도 아휘와 보영 같은 외로운 섬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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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실 그렇게 믿고 싶어요. 아휘가 행복했으면 좋겠거든요. 그런 아휘의 마지막 여행 끝이 대만의 당신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이었으니까, 당신의 사진을 한 장 몰래 가지고 왔으니까. 그리고 그 끝으로 흐르는 '해피 투게더'의 음악은 같이 오래도록 행복하게. 그렇게. 나는 믿고 싶어요. 당신을 향한 레터라고 했는데 주절주절 또 내 이야기인듯하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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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뭐 장국영 30주기, 40주기가 되면 또 극장에서 영화 <해피 투게더>가 재개봉할지도 몰라요. 당연히 나는 당신이 그리워서 그리고 아휘와 보영이 그리워서 또 극장을 찾아갈 거예요. 그때 가서도 내가 이렇게 글을 여전히 쓰고 있는 글쟁이라면 또 한 번의 편지를 띄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당신도 부디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에필로그처럼 언젠가 한번 당신도 영화 속 '장'의 그다음에 대해 한번 이야기하는 그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리뷰 마칠게요. 안녕 '장'. 그리고 보고 싶은 '보영'과 늘 행복하기만 바라는 '아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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