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이니셰린의 밴시
감독 : 마틴 맥도나
출연 : 콜린 파렐, 브렌단 글리슨, 케리 콘돈, 배리 케오간 外
관람일 : 2023년 2월 27일 (2023-27)
개봉일 : 2023년 3월 15일
시놉시스 : 오늘, 인생의 친구가 절교를 선언했다. 아일랜드의 외딴 섬마을 ‘이니셰린’. 주민 모두가 인정하는 절친 ‘파우릭’(콜린 파렐)과 ‘콜름’(브렌단 글리슨)은 하루도 빠짐없이 함께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떨 정도로 다정하고 돈독한 사이다. 어느 날, 돌연 ‘파우릭’에게 절교를 선언하는 ‘콜름’. 절교를 받아들일 수 없는 ‘파우릭’은 그를 찾아가 이유를 묻지만 돌아오는 건 변심한 친구의 차가운 한마디 - “그냥 이제 자네가 싫어졌어”. 관계를 회복해 보려 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가기만 하고 평온했던 그들의 일상과 마을은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데… 예고 없이 찾아온 절교 선언, 평온했던 삶이 뜨겁게 타오른다!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 리뷰
'쓰리 빌보드'의 마틴 맥도나 감독의 신작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를 시사를 통해 앞서 관람하고 왔습니다. 사실 감독의 전작을 워낙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감상했기에 '인생의 친구가 오늘 절교를 선언했다'라는 카피를 앞세운 이번 신작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는 또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내심 기대가 되었습니다.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으로 주인공 '파우릭'을 연기한 콜린 파렐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여기에 각본상까지 수상하면서 그 기대감을 더욱 상승시키기도 했는데요. 영화를 보면 콜린 파렐의 연기가 꽤나 인상적입니다.
어찌 보면 찌질할 수도 있는 캐릭터이지만, 다정한 인물로 그 상황을 못 견뎌하고 어떻게든 관계를 예전처럼 되돌려보려 안간힘을 다하는 파우릭이란 인물을 입체감 있는 연기로 선보입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겪어봤음직한 이야기가 당시의 아일랜드 역사와 맞물리며 묘한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내가 저 상황에 처한 파우릭이 된다면 나는 어떤 식으로 이 꼬인 실타래를 풀어보려 노력했을까라는 고민을 계속하게 만드는 영화였네요. 진중한 역사를 빗대기보단 영화 자체만의 설정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이니셰린의 밴시>였습니다. 아! 그리고 제목의 '밴시'란 뜻은 아일랜드 신화에서 밤에 죽음을 예고하며 울부짖는 유령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 한땐 당신도 내겐 다정했잖아요?
오후 2시가 되면 언제나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이니셰린의 펍에는 파우릭(콜린 파렐)과 콜름(브렌단 글리슨)이 마주 앉아 술을 즐깁니다. 나이 차이는 꽤 나지만 이들은 마을에서도 유명한 절친이죠. 이날도 2시 즈음이 되어 파우릭이 콜름의 집으로 걸어갑니다. 노랫소리가 들리고 문을 두드리지만 인기척은 없습니다. 이상해서 문을 돌아 창이 난 자리로 가보니 콜름이 음악에 취해 앉아 있습니다. 2시가 다 되었음을 이야기하며 펍으로 가자고 해도 콜름은 요지부동. 이상한 낌새를 느낀 파우릭은 저자세로 펍에 가 기다리겠다 이야기합니다.
펍으로 가는 길. 파우릭의 머리가 복잡합니다. 혹시 어제 술을 너무 마시고 내가 무슨 실수를 한 게 아닐까? 콜름의 기분을 건드리는 말을 건넸나 수도 없이 상황을 떠올려보지만 과하게 취해 끊긴 필름이 돌아리가 만무. 펍에 앉아 맥주를 시켜놓고 기다리지만 그는 끝내 나타나지 않고. 4시가 넘어서야 콜름이 펍으로 들어섭니다. 그리고 파우릭과 먼 자리에 나가 앉습니다. 앞으로 더 이상 이야기를 자네와 나누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긴 채. 파우릭은 너무 다정했던 인생의 친구였던 콜름에게 다가가 왜 무슨 일 때문에 나에게 갑작스럽게 절교 선언을 한 건지 물어보지만 그의 입은 꾹 다문 채 침묵으로 일관하기만 합니다.
그날부터 파우릭의 일상은 완전히 초토화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은 마을인 이니셰린에서 누구보다 최고의 절친이라는 콜름과 파우릭이 절교를 했으니, 마을 사람들 마저 뒤숭숭한 분위기에 올라타고요. 펍에서 콜름은 음악에 전념을 했고, 파우릭은 매일 술에 취해 화가 나 있었습니다. 이 관계를 어떻게든 회복되길 바라지만 전혀 그럴 낌새가 없고. 심지어 술이 취했든, 맨 정신이든 자꾸 나타나 화해를 원하는 파우릭을 향해 한 번만 더 나타나면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너의 집 문에 던져버리겠다 섬뜩한 경고까지 날리기에 이르릅니다. 내게 너무나 다정했던 당신, 왜 나에게 이런 혼란스러움을 야기하나요?
# 봉합 된다고 한들, 예전 같진 않을 거잖아요?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를 보면서 저는 사실 파우릭이라는 인물에 나를 많이 대입했던 거 같아요. 살아보면 인생이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잖아요. 내가 원했든 안 원했든 참 내 마음 같지 않게 상황이 부닥칠 때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나는 나름의 최선을 다해 사과도 해보고 노력도 해보지만 한번 돌아선 다른 이의 마음을 쉽게 다시 얻어내지는 못하더라고요. 다시 봉합 된다고 한들, 그게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는 법이더라는. 그런 일들을 한두 번쯤 겪다 보니까 이 영화가 더욱 입체적인 감정들에 묘해지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 그렇게 서로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다정하게 관계가 평생토록 갈 것처럼 이야기하다가도 사소한 문제 하나에도 어느새 삐걱거리게 되는 관계의 끝에 서본 사람들이라면 굉장히 특별하게 다가올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파우릭이라는 인물을 콜린 파렐이 정말 잘 표현해 내더라고요. 그 감정의 덩어리가 얼굴 표정에 묘하게 서리고 절망에서 사과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묘한 질투와 분노 끝에 감정의 폭발에 이르기까지 원맨쇼와 같은 느낌의 연기로 관객을 압도하는 느낌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도미닉을 연기한 배리 케오간의 맛깔나는 연기까지 더해지며 이 영화가 왜 수많은 영화제에서 배우 연기상 후보에 올랐고 수상을 휩쓰는지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사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본다면 1920년대 아일랜드 내전이 한창일때잖아요. 역사적인 사실을 이니셰린이란 아일랜드 작은 마을에 사는 파우릭과 콜름을 들어 같은 편이지만 서로 죽일듯 미워하고 증오하고 싸우다 결국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방법을 알게 되며 공존하며 사는 법을 알아가는 그런 우화적인 묘사를 기가 막히게 그려 넣었는데요.
확실히 마틴 맥도나 감독의 연출력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이니셰린의 밴시>가 아닌가 싶어요. 시대적 배경으로 아일랜드 내전을 우화적으로 묘사하고, 절친의 절교라는 스토리에 불화와 광기, 상실과 고통 여기에 다크 코미디까지 놓치지 않으니까요. 기회 되시면 이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 꼭 놓치지 마시고 3월 15일 관람해 보시길 권하면서 리뷰 마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