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공감대 얻는 방역지침 바탕으로 자율적 착용 권고"
30일 완화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진자 추이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앞선 연구에선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방지하는 데 큰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국민 대부분이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당장에 확산세가 거세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실내와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은 원칙적으로 자율에 맡겨진다. 의료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대중교통 내,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통학 차량 등을 제외하고는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2020년 10월 마스크 착용이 처음 의무화되고 27개월 만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마스크는 감염 확산을 방지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사용돼왔다. 지난해 3월 브루스 리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랜싯 공중보건’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선 2021년 7월부터 2022년 1월까지 백신 접종률이 70% 미만이었던 기간 마스크 착용으로 인구 10만명당 1800명의 감염을 예방한 것으로 추정됐다. 감염병 초기부터 2022년 3월까지 마스크 착용으로 절약된 각종 사회적 비용은 1조7000억원이 넘는다는 추산이다.
감염병 확산 예방에 높은 효과를 보였던 만큼 마스크 해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리 교수의 연구에선 80%의 인구가 백신접종을 완료한 상황에서도 마스크를 해제했을 때 인구 10만명당 감염자가 2배 가까이 늘어나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발간하는 ‘코로나19 확산 예측보고서’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의무를 포함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의 지속 여부에 따라 감염재생산지수(Rt)가 3배 가까이 증가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방역당국은 현재 국민들의 높은 코로나19 항체보유율을 의무화 해제의 주된 근거로 들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7628명을 대상으로 채혈과 코로나19 항체검사를 수행한 결과 자연감염과 백신접종을 통한 항체양성률은 98.6%로 나타났다. 다만 방역당국은 형성된 항체의 ‘유효기간’이 3개월 정도로 집단면역이 형성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마스크 착용이 필요없을 만큼 감염병 사태가 안정됐다는 판단이 아니라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역지침이라는 측면이 작용했다. 김용민 충북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기존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만 마스크를 벗는 것과 같은 지침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며 “앞으로 감염병 종식까지 지속가능한 방역지침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자율적인 마스크 착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마스크 착용은 의학적으로 권고되는 방역지침"이라며 "의무화는 해제됐지만 자발적인 착용을 중단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되면서 향후 백신접종 전략을 더욱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26일 기준 60세 이상 동절기 추가접종률은 34.5%로 방역당국 목표치인 50%에 크게 못 미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인플루엔자와 같이 고위험군과 의료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연간 접종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며 “한국 또한 백신 접종의 필요성과 신뢰감을 어ᄄᅠᇂ게 회복하고 유지할지 중장기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명 아래로 떨어져 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1주일간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만2250명→1만9527명→3만5086명→3만1711명→2만3612명→1만8871명→7416명으로, 일평균 2만1215명이다.